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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관한 번역서? 『번역의 일』 번역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번역자 분들의 이런저런 번역 스타일을 만나게 됩니다. 똑같은 책, 똑같은 문장이라도 번역하는 사람마다 결과가 다를 것입니다. 저마다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고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떤 번역이 더 좋은 번역인지, 어떤 스타일은 좋은 번역이고 어떤 스타일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자면 고민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바로 '번역'에 관해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 번역은 이렇게 해라, 그런 실용적인 문제에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번역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때로는 공시적으로, 때로는 통시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고찰하고, 질문하는 책이고, 거기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2021. 5. 16.
나는 전문가일까? 『일의 감각』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교 4학년짜리가 출판사에 입사하고 얼마 후, 회의 시간에 '보조용언을 띄어 쓴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말은 간단해 보이는데 그게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몰라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버려둬달라고"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요. 그게 언제 일이었는지 생각해 보니, 아주 진부한 표현이지만 강산이 한 번 변했습니다. 이제 편집 일이라면 어지간히 몸에 익었다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종이책에서 벗어나 전자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미래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막연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일의 감각'인데, 원제는 'Expert'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에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2021. 4. 24.
말과 글의 모든 것, 『언어의 역사』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의 역사』라는 제목만 봐도 대학교 교양수업용으로 딱이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대학교 수업용일 수 있습니다. 원서가 예일대학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입니다. 한 2년쯤 전에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도 "이 책은 안 살 수가 없다"면서 구입했는데, 역시나 종이책은 소장용이었습니다. 안 살 수 없는 것과 안 읽을 수 없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이 책의 한국어 번역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 놓고 읽지 않은 데에 마음의 빚이 있어서인지,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도 재미있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학문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번역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 2021. 4. 16.
혐오가 폭력이 되는 순간, <머릿속의 새들(Pájaros en la cabeza)> 스페인 여성 작가의 희곡입니다. 현실에 불만을 품은 두 청소년, 카초로와 수르코스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모를 조롱하고, 유색인을 욕하고, 그러다 기어이 트랜스젠더 창녀를 부릅니다. "순수한 혈통의 남자들이 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게임이란, 창녀를 "두들겨 패 주는" 것입니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 작품, 을 비롯해서, 이 책 에는 모녀의 세대 갈등, 폭력, 테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짧은 희곡 6편이 담겨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우리 삶과 맞닿은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극의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카초로 내가 어떻게 알겠어. 분노는 분노라고, 내부에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출구를 찾으려는 거야, 뭔가 이상적인 출구. 수르코스 세상이 맘에 들.. 2021. 4. 2.
여론이 민주주의를 망친다? <여론(Public Opinion)>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는 뉴스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로, '여론'이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깊이 탐구했다고 합니다. 리프먼은 여론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통념에 도전했습니다. 여론은 비합리적인 사회심리학적 현상으로, 민주주의를 보장해 주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의 의견, 여론이란 어떤 것일까요?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요? 이 책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조금은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세대마다 몇몇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배열하고 표준화하고 개선시켜 정치 경제학의 법칙, 정치학의 원리 등과 같은 논리적인 체계로 만들어 내지 않았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 202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