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관한 번역서? 『번역의 일』
번역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번역자 분들의 이런저런 번역 스타일을 만나게 됩니다. 똑같은 책, 똑같은 문장이라도 번역하는 사람마다 결과가 다를 것입니다. 저마다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고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떤 번역이 더 좋은 번역인지, 어떤 스타일은 좋은 번역이고 어떤 스타일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자면 고민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바로 '번역'에 관해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 번역은 이렇게 해라, 그런 실용적인 문제에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번역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때로는 공시적으로, 때로는 통시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고찰하고, 질문하는 책이고, 거기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2021. 5. 16.
혐오가 폭력이 되는 순간, <머릿속의 새들(Pájaros en la cabeza)>
스페인 여성 작가의 희곡입니다. 현실에 불만을 품은 두 청소년, 카초로와 수르코스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모를 조롱하고, 유색인을 욕하고, 그러다 기어이 트랜스젠더 창녀를 부릅니다. "순수한 혈통의 남자들이 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게임이란, 창녀를 "두들겨 패 주는" 것입니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 작품, 을 비롯해서, 이 책 에는 모녀의 세대 갈등, 폭력, 테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짧은 희곡 6편이 담겨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우리 삶과 맞닿은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극의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카초로 내가 어떻게 알겠어. 분노는 분노라고, 내부에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출구를 찾으려는 거야, 뭔가 이상적인 출구. 수르코스 세상이 맘에 들..
2021.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