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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읽을책

말과 글의 모든 것, 『언어의 역사』

by leeebook 2021. 4. 16.

『언어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소소의책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의 역사』라는 제목만 봐도 대학교 교양수업용으로 딱이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대학교 수업용일 수 있습니다.

원서가 예일대학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입니다.

『A Little Book of Language』, David Crystal, Yale University Press

 

한 2년쯤 전에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도 "이 책은 안 살 수가 없다"면서 구입했는데,

역시나 종이책은 소장용이었습니다.

안 살 수 없는 것과 안 읽을 수 없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이 책의 한국어 번역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 놓고 읽지 않은 데에 마음의 빚이 있어서인지,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도 재미있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학문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번역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언어를 배우고 말을 할 수 있는지를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부분을 보면 신선한 느낌도 듭니다.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자기가 가진 어휘 풀 안에서 번역까지 해내는("닭 우는 소리는 꼬끼오, 치킨이 우는 소리는 코커두들두") 아이를 키우는 저에게도 특별히 생각할 점이 많습니다.

 

아기는 자신이 내는 특정한 소리에 주위의 어른들이 흥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 입술을 부딪쳐 내는 마-마-마-마(ma-ma-ma-ma)는 내게 젖을 주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를 특히 기쁘게 만든다. 그리고 다-다-다-다(da-da-da-da)는 나를 안고 아래위로 흔들어주는 굵은 목소리의 남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듯하다. 그중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어떤 소리를 내면 그들도 똑같이 따라 한다는 사실이다. 아주 재미있는 놀이다. 그러니 계속할 수밖에!’
아기가 언어들을 습득한다는 사실에,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언어들을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아기는 그런 능력을 타고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어’가 아니라 굳이 ‘언어들’이라고 표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아기들 중 4분의 3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배우며, 심지어는 네댓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일 언어에 익숙한 공동체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놀랄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매우 정상적인 현상이다. 아기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보자. 아기는 주변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것밖에 모른다. 다시 말해 귀에 들리는 단어가 서로 다른 언어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기가 그런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 엄마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아빠는 저런 식으로 말하고, 가게 아주머니는 또 다른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아기의 귀에는 그저 단어들일 뿐이다. 아기는 그 단어 모두를 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말과 글이 어떻게 과학적인 '학문'이 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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