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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읽을책

외국에서, 고향 생각 - 로버트 브라우닝

by leeebook 2021. 4. 6.

길을 걷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노란 꽃들.

열십자(十)가 교차한 기하학적인 모양에,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반짝이는 이파리.

아무렇게나 피는 작은 들꽃이려니 생각하고 한 송이를 따서 사진을 찰칵.

 

휴대폰 앱으로 검색해 보니 버터컵(Buttercup)이라는 이름의 꽃입니다.

정확하게는 Fig Buttercup이라는 이름을 알려 주던데,

버터보다 샛노랗고 컵 모양도 아니지만 기억하기는 쉽습니다.

 

버터컵의 한국 이름은 버터와도, 컵과도 상관없는,

미나리아재비.

여러 책에서 스치듯이 많이도 본 이름입니다.

그게 이렇게 생겼는 줄은 처음 알았고요.

 

 

그리고 로버트 브라우닝이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략 180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로버트 브라우닝(위키피디아)

시인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을 만나,

비밀리에 결혼하고 이탈리아로 도피해 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쓴 듯한 시가 한 편 있습니다.

영국에 살면서 가끔 고향을 그리워하는 저와 달리,

로버트 브라우닝은 영국을 떠나 살면서 영국을 그리워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화려한 미나리아재비꽃(Buttercup)도 향수를 부추기는 꽃이었나 봅니다.

생생한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봄에 읽기 좋은 시입니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외국에서, 고향 생각>을 소개합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시선>>, 윤명옥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외국에서, 고향 생각


오, 영국에 있었다면,
지금쯤 그곳에는 4월이 왔을 텐데,
영국에서 어느 날 아침 잠을 깨면,
가장 낮은 나뭇가지와
느릅나무 줄기 둘레의 관목 숲 다발에
조그만 나뭇잎이 돋아나고, 푸른머리되새가
과수원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것을 보았을 텐데,
지금− 영국에서는!

그리고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명금(鳴禽)이 집을 짓네, 제비들도 모두!
귀 기울여라! 생울타리 안쪽에 꽃을 피운 내 배나무가
밭 쪽으로 몸을 숙여 클로버 위에
꽃잎과 이슬방울을 흩뿌리네− 구부러진 그 작은 나뭇가지 끝에는−
현명한 개똥지빠귀가 있는데, 그가 두 번이나 되풀이해서 노래를 부르네,
처음 불렀던 절묘한 무상(無想)의 황홀한 가락을
그가 결코 다시 부를 수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도록!
들판이 허옇게 이슬 덮여 거칠어 보여도,
정오가, 작은 아이들의 몫인 미나리아재비꽃들을 새로 깨우면,
모든 것이 즐거워지리,
−이 화려한 멜론꽃보다 훨씬 더 밝은 미나리아재비꽃들을.


Home-Thoughts, from Abroad
BY ROBERT BROWNING


Oh, to be in England
Now that April's there,
And whoever wakes in England
Sees, some morning, unaware,
That the lowest boughs and the brushwood sheaf
Round the elm-tree bole are in tiny leaf,
While the chaffinch sings on the orchard bough
In England—now!

And after April, when May follows,
And the whitethroat builds, and all the swallows!
Hark, where my blossomed pear-tree in the hedge
Leans to the field and scatters on the clover
Blossoms and dewdrops—at the bent spray's edge—
That's the wise thrush; he sings each song twice over,
Lest you should think he never could recapture
The first fine careless rapture!
And though the fields look rough with hoary dew,
All will be gay when noontide wakes anew
The buttercups, the little children's dower
—Far brighter than this gaudy melon-flower!

 

(출처 : poetry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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